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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날이었지라는 시를 읽고 추천해 봅니다.
총알기사 신팀장
2015. 2. 5. 17:05
아주 오랜 날이었지
너를
조금이라도 잊어보려고
이젠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단다.
이렇게 비오는 날엔
아무 생각없이
빗속을 걸어 보기도 하고
너의 체취가 남아있는 조그만 카페에 들러
너를 앞에 앉혀 놓고
한잔의 술로
너의 얼굴 담아
모든 것 잊어버리기로 하고
혼자이면 어때
술 주정 한다고 누가 뭐래
자존심 따윈 이미 발끝에 채이는 휴지에 불과한 것을
불빛들이
자꾸만 흔들린다.
사람들마저 맴맴하고 있어
기분은 좋다
오늘 따라 애 이리 부딪치는 것이 많은지
두리번 두리번 죄지은 놈처럼
자꾸만 달아나는 너를 쫓아 달려갔지
너는 봉황깃 면사포로 훨훨 날아만 가고
난 허둥지둥 달려만 가고
그래 맞아
지금쯤 나의 마음 속엔
저녁노을 빨갛게 물들어
긴 이렁 사이를 더듬어 올라갈 거고
소몰이 작은 사내 아이가
엄마소를 몰며
어둠을 재촉하는 소리를
그렇게 밤엔
싫어할 수 없는 귀뚜라미 소리가
혼자이던 밤을
그리도 슬프게 여울져 가고
안타깝게도 가녀린 코스모스는
어느 길 모퉁이에서
가느다란 몸을 움추리며
울고만 있겠지
허탈함이 온 어둠을 갉아 먹어 버린다.
먼 태고에
파란색 하늘
하이얀 구름 밑에
빨간 색연필로 밑줄을 그어 두고
그 아래 통나무 집을 지어
고독한 솔베이지가 되어
영원히 기억되는 날로 살자 했던 날이
바로
엊그제 일이었건만
바보같이
쓰러진 술병을 움켜 쥐면서
네온 사인 불빛 속을 헤매일 줄
너
나
우리 모두
알고 있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