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촛불로 온 방 안을 하얖게 적시고
밤을 지새우며 기도했던 일일랑
고이 접어 묻어 두고
사랑이란
아름다운 슬픔이란 것을
너무 쉽게 알아 버렸습니다.
애수에 깃들인 사람을
내게 다가온
콧수염의 체취를
난 고스란히 받아 들였습니다.
이젠 내게도
날 수 있는 날개가 생겼다는 것
거추장스런 위선과 환상을 떨쳐 버리고
훨훨 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기에
21년의 긴 세월을
고스란히 접어 두고
저 푸른 바다 위를 끝까지
날아 가고 싶습니다.
사랑의 영혼들로
깨알차게 영글었던 시간들을
아름다운 기억으로 고이 간직하고
당신 곁으로
하얀 나래를 펴고 날아가
당신의 숨결 맡으며 잠들고 싶습니다.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
나의 두 눈엔
주름살만 가득한
당신의 그림자진 얼굴
밤이면 밤마다
못견디게 보고 싶고
위로 받고 싶은 마음
그러나
이미 가버린
겨울 바람 일렁이는 허전한 마음
어둠이 밀려오고
이해하지 못할 설움이
영원을 갉아 먹을 때
지금쯤
시름에 잠겨있을 당신이
보고 싶은 것은
진정으로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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